1300여 리의 동해안과 굽이굽이 이어지는 800리 백두대간, 휘어져 감기며 푸근하게 이어지는 700리 낙동강을 품고 있는 경상북도.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만큼이나 떠나고 싶은 가을 여행지도 많은 곳이다.
9월 말 강원도에서 시작하는 가을단풍은 10월 중순이면 경북에서 절정을 이룬다. 주왕산, 소백산 등 국립공원이 아니어도 이름 모를 골골까지 경북 전체가 단풍으로 물든다. 소풍 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단풍여행지가 여러 곳이다.
이번 가을에는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북의 서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지난 7월 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국 9개 서원 가운데 경북에는 문화적 가치가 높은 서원이 네 곳이나 된다. 한국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선비의 고장 영주를 상징하는 소수서원,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퇴계 선생의 유교적 이상대로, 주어진 산세의 경사면을 따라 자리 잡은 안동의 도산서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이자 현대 건축가들이 가장 완벽한 건축물로 손꼽는 병산서원,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사색하며 즐기는 학문을 추구한 경주 옥산서원이 바로 그곳이다. 서원마다 수백 년 자리를 지켜온 배롱나무, 은행나무들이 가을이면 어김없이 서원 주위를 곱게 물들이고 있다.
비경 속에 자리잡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자아내는 전통문화 마을에서 민박과 함께 전통문화를 체험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은 한국의 역사마을로 이미 오래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한 해 8만 명이 찾는 고령 개실마을, 정감록에 등장하는 십승지 중 다섯 번째로 꼽히는 곳인 예천 금당실마을, 영주 무섬마을, 성주 한개마을에 얽힌 옛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좋은 추억여행이 된다. 영덕 괴시리마을과 축산항 일원은 해팔랑길 영덕구간인 블루로드와도 연결된다.
오는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안동에서 열리는 국제탈춤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단풍철에는 1년 중 가장 많은 축제가 열린다. 본격적인 송이채취 시즌에 맞춰 열리는 송이축제도 영덕(9월 21일~10월 15일), 봉화(9월 27~29일), 울진(10월 3~6일) 세 곳에서 열린다. 축제장을 찾은 여행객에게 짙은 송이향을 선물하며 품질이 보증된 송이를 대도시보다 낮은 가격에 구입할 기회도 제공한다.
수확의 계절인 만큼 경북이 자랑하는 과일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사과축제는 문경(10월 12~27일), 영주(10월 26일~11월 3일), 청송(10월 30일~11월 3일)에서 열리고, 의성 슈퍼푸드마늘축제(10월 4~6일), 영주 풍기인삼축제(10월 12~20일), 청도 반시축제(10월 11~13일), 경산 대추축제(10월 18~20일)도 단풍철에 개최된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