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전(대덕), 광주, 대구, 부산, 전북 등 5개 연구개발특구 첫 모델은 1973년 조성된 대전 대덕연구단지다. 대덕연구단지는 과학기술로 경제발전을 일으키기 위해 대덕지역에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KAIST, 민간연구소 등을 집적시킨 과학단지 형태로 출발했다. 2005년에는 기존의 대덕연구단지 배후에 시험, 생산시설을 갖춘 산업단지를 추가, 대덕연구개발특구로 발전됐다. 이후 광주, 대구, 부산, 전북 특구가 추가로 지정돼 현재 총 5개 특구로 확대됐다.
5개 특구를 관리하며 한국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사진)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만 기업에 161건의 기술을 이전해 과학기술 기반 직접 일자리 1272개를 창출하고 매출 1392억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주요 사업과 성과가 궁금합니다.
“전국 각 특구 내의 우수한 기술을 활용해 창업을 유도하고 기술사업화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5개 대학의 실전창업 교육 등을 통해 최근 3년 평균의 실적보다 20% 이상 증가한 169개 창업기업을 배출했습니다. 창업 초기기업과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각각 733억원, 23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등 총 6개 특구펀드(2664억원 규모)를 조성했습니다. 북미,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협력 플랫폼을 통해 606만달러의 해외 진출 성과도 창출했습니다. 앞으로도 대학, 출연연, 기업 등 특구 내 혁신주체와 긴밀히 협력해 특구 지역의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습니다.”
▷대전이 4차산업혁명 특별시로 거듭나기 위해 대덕특구의 역할이 중요해 보입니다.
“대덕특구에는 정부·민간연구소가 많이 집적돼 있지만 기업 등 산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산업 중심으로 클러스터링이 돼 있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특구재단은 대전시와 함께 2023년 대덕연구단지 50주년을 대비한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연구소가 집적돼 있는 구역 내에 기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창조하고 기술이전과 창업, 투자 등 기술사업화가 잘 일어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특구재단이 한국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구가 주도적으로 국가혁신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혁신클러스터로 거듭나야 합니다. 혁신클러스터는 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돼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곳입니다. 이를 위해 특구재단은 출연연과 협력해 ‘기획형 창업 지원’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 사업은 액셀러레이터, 마케팅 전문가 등 창업기획사와 초기부터 협력해 기술기반의 팀 창업을 기획하는 사업입니다. 연구자에게는 손쉬운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기획사에는 파급력이 큰 창업 팀을 발굴할 기회를 줘 질 높은 창업 등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업 해외진출 프로그램이 눈에 띕니다.
“우리 재단은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 미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현지 사정에 밝고 해외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3개 기관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606만달러의 수출 및 해외투자 유치의 성과를 냈습니다. 올해는 특구기업의 해외 진출 수요를 전수 조사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기업의 특성에 따라 해외 진출 컨설팅, 바이어 발굴, 비즈니스 매칭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전략을 마련하셨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정부 출연연과 대학, 연구시설 등 과학기술 자원이 집적된 대덕특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KAIST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과 표준연 일본수출규제 컨트롤 타워 등과 연계해 일본에 과다 의존하거나 대안이 없는 품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보유 기술의 경우 수요 기업을 찾아 적극적으로 기술이전을 하고 원천기술이 없거나 추가 개발이 필요한 경우에는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관련 기술을 연구기관과 수요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지정된 6개 강소연구개발특구는 기존 특구와 어떤 점이 다른지요.
“기존 5개 특구는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강소연구개발특구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의 혁신플랫폼 구축을 위해 도입된 연구개발특구의 새로운 모델입니다. 지난달 처음으로 경기 안산, 경남 김해·진주·창원, 경북 포항, 충북 청주 등 6개 지역이 강소특구로 지정·고시됐습니다. 지역 주도로 사업성이 있는 기술을 발굴해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각 특구 내에 출연연, 대학, 기업, 지자체 등 다양한 혁신 주체와 함께 출연연 및 대학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창업과 성장, 재투자가 활발히 일어나는 선순환 혁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습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