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스웨덴 소녀, 세계 정상들을 꾸짖다

입력 2019-09-24 17:42
수정 2019-12-23 00:01
“당신들은 허황된 말로 내 꿈과 유년기를 빼앗아갔다. 이제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10대 환경운동가가 세계 각국 정상들을 질타해 주목받았다. 주인공은 스웨덴 여고생인 그레타 툰베리(16·사진).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학교를 결석하며 스웨덴 의회 앞에서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3월엔 그의 주장에 공감한 112개국 학생 140만 명이 동맹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툰베리는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비행기 대신 태양광 에너지로 움직이는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화제가 됐다. 비행기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다는 이유에서다.

툰베리는 이날 유엔 연설에서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고 정상들을 비판했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대멸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의 동화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며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툰베리는 기후변화 문제가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현안임에도 기성세대가 홀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툰베리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각국 정상들은 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더 많은 행동을 다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협상이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줄이겠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각국의 무역·금융정책에 기후변화 문제를 고려하는 요소를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당초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예상을 깨고 약 15분간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툰베리의 연설을 듣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툰베리 연설 일부분과 함께 “그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만나서 반가웠다”며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기존 환경 규제를 폐기해 비난을 받아왔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