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천→김포→강화·파주…돼지열병 급속 확산 "국가재난으로 간주"

입력 2019-09-24 17:25
수정 2019-09-25 01:53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세력을 키우고 있다.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김포시에 이어 인천 강화군에서도 ASF 확진 판정이 나왔다. 양돈업계에선 수도권 북부 지역을 차례로 휩쓸고 있는 ASF가 곧 남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1차 저지선’으로 삼은 북한 접경 6개 시·군(파주 연천 김포 포천 동두천 철원)이 뚫리자 ‘방역 벨트’를 인천과 강원, 경기 남부로 확대하는 등 ASF를 ‘국가 재난’으로 간주하고 총력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확산을 막아야 할 절박한 상황이 온 만큼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방역이 필요하다”(이낙연 국무총리)고 판단한 것이다.


확산되는 ASF…경기 남부·강원 ‘사정권’

농림축산식품부는 24일 강화군의 한 농장에서 사육한 돼지에서 ASF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파주시 적성면 농가에서 기른 돼지도 확진 판정을 받은 만큼 ASF 발생 농가는 다섯 곳으로 늘었다. 돼지들이 폐사 또는 유산 증상을 보이자 농장주가 자진 신고한 기존 네 개 ASF 확진 농장과 달리 강화 농장의 돼지는 농식품부가 예찰을 위해 혈청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상 증상을 찾았다.

정부와 양돈업계는 ‘예찰로 찾은 첫 ASF 감염 돼지’가 나온 것에 긴장하고 있다. 농장주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멀쩡한 돼지가 감염된 만큼 겉으로만 정상인 수많은 ASF 바이러스 보균 돼지가 사육되고 있을 개연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3차 발생지인 김포 농가는 지난 20일 정밀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불과 사흘 뒤부터 어미 돼지들이 유산하기 시작했다.

경기 북부지역이 ASF에 초토화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아직도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충청·영남·호남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중점관리지역을 경기, 강원, 인천 전체로 넓혔다. 이를 다시 4개 권역(경기남·북부, 강원 남·북부)으로 나누고, 앞으로 3주일 동안 다른 권역으로 돼지와 분뇨 이동을 금지했다. 또 이날 낮 12시부터 전국 돼지농장, 출입차량, 사료공장, 도축장 등을 대상으로 48시간 동안 ‘이동중지 명령’도 내렸다.

다시 고개 드는 돼지고기 가격

이날 돼지고기 전국 평균 경매가는 ㎏당 5212원으로 전날보다 183원 올랐다. 정부의 이동중지 명령으로 경매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ASF 발병 전인 16일 ㎏당 4558원이던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8일 6201원으로 급등한 뒤 ASF가 잠잠했던 최근 며칠 동안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었다.

유통업계는 ASF 확산 추세가 계속되면 중국에서 벌어진 ‘돼지고기 대란’이 국내에서 재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은 ASF로 최소 1억500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의 8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16만29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 증가했다. 이 여파로 영국의 돈육 가격이 작년보다 26% 오르는 등 세계 돈육 가격이 함께 뛰고 있다.

오상헌/김보라/심은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