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낀 지난 11~15일 닷새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떠난 여객 수는 하루 평균 1만2140명에 그쳤다.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39.1%나 급감했다. 지난 2분기(4~6월) 동반 적자를 기록한 항공업계가 성수기인 3분기(7~9월)에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이후 국내에 번진 일본 여행 불매운동 탓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유가증권·코스닥)에 상장된 6개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의 3분기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대형 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30% 감소할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에어부산은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80% 넘게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CC 1위인 제주항공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항공기 도입과 신규 노선 허가 제한 등의 제재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의 영업이익 감소폭(10%)이 가장 작을 것이란 관측이다.
항공업계에선 “손발이 묶인 탓에 매출·영업이익이 제자리인 진에어가 8개 국적 항공사 중 실적이 가장 낫다”며 “정부가 제재한 게 아니라 오히려 진에어를 도와준 꼴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일본 여행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LCC는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이스타항공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한편 4분기(10~12월)부터 무급휴직도 시행할 예정이다.
원·달러 환율과 유가 등 외부 변수도 악화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유와 비행기 임차 비용이 늘어 항공사의 비용이 증가한다.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여행 비용 부담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수요도 감소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정유시설 화재 이후 국제 유가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규 LCC들이 취항을 시작하면 공급 과잉이 한층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받은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은 내년부터 일본과 베트남 등 아시아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을 시작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