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소재부품업체 미코의 경기 안성 신소현동 공장. 직원 기숙사와 식당이 함께 있는 복지동 1층에 있는 카페에 들어서자 2㎾급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스템 2기가 ‘웅웅’ 거리며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다. 개수대에서는 SOFC가 생산한 온수가 콸콸 쏟아져나왔다.
미코는 이날 국내 최초의 SOFC 제조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총 110억원을 투입해 3893㎡(약 1293평) 부지에 지난 4개월 동안 건설한 이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간 1㎿다. 중소기업이 11년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국내 처음으로 셀(단전지)과 이를 겹친 스택, 이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까지 한곳에서 만들어내는 전주기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포스코에너지, LG퓨어셀시스템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실패했던 일이다.
SOFC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탄화수소 연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저탄소 고효율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다.
전선규 미코 회장은 “기술개발 속도를 더 끌어올려 ㎿급 SOFC 시스템까지 개발해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LNG에서 수소 분리해 전력 생산
미코의 SOFC 시스템은 ‘세라믹 가스 발전기’라고 설명할 수 있다. LNG 등 고체산화물 연료를 세라믹으로 만든 고온의 ‘SOFC 시스템’에 통과시키면 가스에서 수소가 분리되는 전기화학적 반응을 거쳐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설비다. ‘시스템’은 세라믹으로 제조한 ‘셀’을 겹쳐 만든 ‘스택’을 또다시 수십 장 겹쳐 만든 구조다. 미코가 개발한 SOFC 시스템 ‘투시’의 발전 효율은 51.3%로 석탄화력발전(40% 이하)보다 높다.
미코는 SOFC 시스템을 교류 2㎾까지 상용화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는 4인 가구 기준 4~5인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시스템이다. 미코 복지관과 울산과학기술대 등에서 상용 가동하고 있다.
세라믹 기술 기반 연료전지 개발
미코가 SOFC 개발에 나선 것은 2008년이다. 미코는 반도체 장비 부품 세정과 코팅사업을 주력으로 1996년 설립됐다. 2011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히터(AIN히터)와 세라믹 정전척(ESC)을 국산화했다. 미코는 지난해 매출 2274억원에 4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같은 세라믹 소재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먹거리로 SOFC 개발을 시작했다. 고체산화물 연료를 고온에 통과시키려면 견딜 수 있는 소재가 필요했고 그 기본 소재가 세라믹이었다. 2011년 단전지 제조기술을 확보했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원천기술 개발사업에 참여해 1㎾, 2.5㎾ 단전지와 스택 개발에 성공했다. 점차 기술을 고도화해 2㎾급 시스템까지 완성, 1㎿ 양산라인을 이날 완공한 것이다.
미코는 8㎾급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2021년에는 50~100㎾급까지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소형 빌딩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소형 공장에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업그레드할 예정이다. 이 같은 기술 고도화를 통해 5년 안에 현재 연료전지업계 1위인 미국의 블룸에너지를 뛰어넘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안성=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