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서 차를 타고 1시간30분 달렸다. 나지막한 산등성이가 나타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곳에 삼성SDS의 춘천 데이터센터가 둥지를 틀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사진)은 다섯 번째 국내 데이터센터를 강원 춘천에 둔 것에 대해 “지형적·환경적 특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서울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점, 서울보다 기온이 2도가량 낮아 항상 시원한 바람을 공급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설명했다.
태양열로 가동, 자연풍으로 식히고
삼성SDS가 지난 7월 춘천시 칠전동에 개관한 춘천 데이터센터를 지난 20일 공개했다. 축구장 크기의 5.5배에 달하는 3만9780㎡ 규모다. 구축에 약 1000억원이 투입됐다. 상주 직원은 60여 명으로, 상당수가 현지에서 채용됐다.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시설이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디지털 데이터를 모으고, 연산하고, 뿌려주는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삼성SDS의 춘천 데이터센터는 영어 대문자 ‘Y’ 형태로 디자인됐다. 사방에서 자연풍을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디자인이다.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으로 발전하기 위한 패널 등 설비가 설치돼 있다. 하루 발전량은 180㎾ 수준으로 100가구가 하루 쓰는 용량이다.
태양광 패널 근처엔 냉동기가 있다. 일종의 에어컨 실외기다. 한 대가 에어컨 24대 정도의 역할을 한다. 여름철에 온도가 30도 가까이 올라가 서버실이 더워지면 이 냉동기를 가동한다. 총 7대가 설치돼 있다.
서버실에 들어가려면 IC카드를 한 번 대고, 정맥 인식까지 거쳐야 한다. 총 6개의 서버실 중 한 곳에 들어갔다. 열기를 식히려고 투입한 자연풍 덕분에 서버실이 온통 바람으로 가득했다. 전산장비에서 발생한 연기는 굴뚝을 통해 천장으로 빠져나간다. 서버실은 항상 시원한 상태로 유지된다.
최희주 삼성SDS 전무는 “데이터센터는 에너지효율이 1에 가까울수록 좋은데 춘천 데이터센터의 평균 전력효율지표(PUE)가 1.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외사업 매출 2조원 달성할 것”
홍 사장은 “춘천 데이터센터는 삼성SDS의 야심작”이라며 “클라우드 시장이 핵심 플랫폼과 솔루션을 적용·활용하는 2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 핵심 계열사들의 주요 정보기술(IT) 시스템 싱당수가 춘천 데이터센터로 이전됐거나 이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춘천 데이터센터 개관을 계기로 클라우드 대외사업 비중을 크게 높이기로 했다. 홍 사장은 “삼성 계열사를 제외한 대외사업 비중을 11%에서 올해 19%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며 “해외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물류 클라우드 분야까지 확장하면 2조원 이상의 대외사업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이날 고객사의 IT 기반 시설뿐 아니라 업무시스템까지 클라우드로 쉽게 전환·운영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소개했다.
윤심 삼성SDS 부사장은 “프라이빗·퍼블릭 클라우드를 한 번에 관리하고 클라우드 간 데이터 이동을 쉽게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삼성SDS의 파스(PaaS:Platform as a Service)를 이용하면 클라우드 환경에서 쉽고 빠르게 업무시스템을 개발·운영하거나 앱(응용프로그램)을 수정·배포하는 게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삼성SDS의 클라우드 배포체계 SRE(site reliability engineering)를 활용하면 업무 효율성이 더욱 높아진다. 기존의 Paas로 개발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11주 걸리던 인프라 구축부터 앱 설치, 배포까지 기간을 3주로 단축할 수 있다.
춘천=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