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모든 도시 문제를 해결합니다. 게임처럼 친목 커뮤니티 형성이 더 중요해지는 거죠.”
힐마 베이거 패터슨 CCP게임즈 대표(사진)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래 도시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꾸린 서울국제경제자문단의 자문위원이다. 이날 열린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총회에서 ‘스마트시티 라이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패터슨 대표는 “세계 주요 도시들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목표는 쓰레기, 오·폐수 관리 등 각종 환경 문제, 교통·주거 문제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물질적인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 결국 인간관계가 더 부각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도시로 불리는 스마트시티에서는 물질적인 측면에서 불편함이 없어지기 때문에 대인관계 집중도가 커진다는 얘기다. 도시 내 지인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데에 스마트시티의 성공이 달려 있다고 패터슨 대표는 설명했다.
CCP게임즈는 글로벌 인기 게임 ‘이브 온라인’을 개발해 운영하는 아이슬란드의 세계적 게임업체다. 이브 온라인은 세계적으로 4000만 명이 즐기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이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의 역사를 직접 만드는 공상과학(SF)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CCP게임즈 본사가 있는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해마다 열리는 게임축제 ‘이브 팬페스트’에는 세계에서 수천 명이 몰려온다. 아이슬란드 대통령도 참석해 화제가 됐다. CCP게임즈 매출은 아이슬란드 전체 게임시장(2017년 기준)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게임업체 펄어비스가 지난해 9월 CCP게임즈 지분 100%를 2524억원에 인수했다.
패터슨 대표는 “친구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행복의 큰 원천”이라며 “게임 세상처럼 사람이 실제 사는 곳도 물질적인 제약이 줄어든다면 친구를 더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스마트시티에서 지금보다 외로움을 크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간관계는 물리적인 거리, 만나는 횟수, 함께한 시간, 친밀도 등에 따라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브 온라인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요인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개선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CP게임즈는 게임 세계에서 아이템 가격이 급격히 변하지 않도록 하려고 경제학자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올해 이브 온라인의 한글 버전을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이브 온라인의 모바일 버전도 개발 중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