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입덧은 참는 게 미덕?

입력 2019-09-22 16:32
수정 2019-09-23 00:08
최근 찾아온 환자는 참으로 딱한 경우였다. 입덧이 너무 심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물만 먹어도 다 토하는 바람에 체중이 급격하게 줄었다. 그런데도 ‘입덧을 참으면 뱃속의 아이에게 좋다’는 잘못된 상식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크게 고생하다가 뒤늦게 찾아온 환자였다.

아직까지도 입덧에 관한 이런 오해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입덧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문제는 예비 엄마의 건강을 해치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뱃속 아기는 유일하게 엄마로부터 필요한 영양분을 받기 때문에 엄마의 입덧은 태아의 발달과 건강 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유산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임신한 여성에게 정부가 발급하는 ‘행복카드’의 적응증 중에서 대표적인 게 ‘입덧’인 것이다. 임신하게 되면 어디가 아프더라도 함부로 약을 쓰는 것을 꺼리게 된다. 임신 시 복용하는 약물의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임신 때 복용한 약물로 인해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게 독일 제약사에서 개발한 ‘탈리오마이드’라는 약이다. 이 약은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할 때 복용하는 치료제였다. 약 40개국에 수출돼 주로 유럽과 일본에서 팔렸다. 안타깝게도 이 약을 복용한 임신부들은 팔과 다리가 없거나 짧은 기형아를 낳았다.

이런 부작용은 특정 성분을 화학적으로 만들어낸 인공 약물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양약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원래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물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매우 낮다. 특히 한약 처방은 몇천 년 동안 검증받은 천연물이기에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 매일 밥과 반찬으로 먹는 콩나물이나 쌀, 보리 등도 한약 처방에 자주 이용되는 한약재다. 그래서 임신부가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 하에 복용하는 입덧 한약은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된다. 이에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입덧 한약’에 정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니 그 안전성은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친정 가족 중에 입덧을 심하게 한 사람이 있거나 평소 위장이 좋지 않은 여성이라면 미리 입덧 예방 한약을 복용해두는 것이 좋다. 그래도 입덧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가까운 한의원에 찾아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