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씨는 교도소에선 1급 모범수로 분류돼 있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21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는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20년이 넘는 수감생활 중 외출한 적은 없다고 한다.
이씨는 현재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 않는데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가석방을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소자들 사이에서 무기수들은 20년가량이 지나면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는 통용되는 진실이 있다"며 "이 사람이 1급 모범수인 점도 가석방될 것을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처벌을 안 받는다고 해서 시인을 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화성 연쇄 살인범'이란 타이틀을 달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시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씨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일 가능성이 100%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춘재가 범인일 가능성은 거의 100%"라며 "5, 7, 9차에서 관련된 증거물 6개가 일치했고, 현재 국과수에서 4차 사건과 관련한 DNA 검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아 일치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1급 모범수인 점에 대해서는 "저항 능력이 없는 아주 연약한 10대 여성이나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가 됐다"며 "체격이 큰 남자 수용자들과 교정직원들밖에 없는 교도소 안에서는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음란물 사진이 교도소 내에서는 금지돼 있는데, 1급 모범수인 이춘재가 위험 부담을 안고서도 이를 보존했다는 얘기는 그만큼 성도착에 해당하는 가학적인 성적 욕망이 강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이 성폭행 후 살해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지난 18일 사건 현장 증거에서 발견한 DNA가 이씨의 것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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