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허브엔 오랜 시간…평판 추락은 순식간"

입력 2019-09-20 17:23
수정 2019-09-21 01:43
“금융허브 도시가 되기 위해선 세계 금융인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마이클 마인엘리 회장(사진)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발표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세계 도시의 금융경쟁력 지수를 측정하는 지옌을 설립한 뒤 회장 겸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다.

마인엘리 회장은 금융허브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금융허브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결과물”이라며 “금융허브 경쟁력이 높은 상위 도시의 순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홍콩, 싱가포르는 지옌이 시행하는 매년 조사에서 항상 톱5 도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인엘리 회장은 서울과 부산 등 한국 도시의 금융경쟁력 순위가 매년 하락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서울과 부산은 투자설명회(IR)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외에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 조사에서 중국 도시들이 상위권에 포함되면서 순위가 다소 밀린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마인엘리 회장은 국내 금융중심지(금융허브)가 서울과 부산 두 곳으로 분산돼 있는 것이 금융경쟁력 순위에 악영향을 미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만 해도 런던과 에든버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금융허브 도시가 두 곳 이상 있는 국가가 적지 않다”고 했다.

금융허브 도시의 선결 조건으로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국제도시’를 꼽았다. 그는 “뉴욕과 런던 등 금융허브 상위 도시의 공통점은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라며 “서울과 부산 등 한국 도시도 외국인이 선호하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곳에 집적화된 금융 클러스터도 금융허브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원인으로 금융허브 도시로서의 입지와 평판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마인엘리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세계 최고 금융허브인 런던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면 경쟁력이 단기간에 추락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