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영장 '깐깐한 심사'…법원 발부율 5년 만에 최저

입력 2019-09-20 17:49
수정 2019-09-21 00:35
지난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율이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았다. 검찰은 지난해 25만여 건을 청구했으나 21만여 건의 영장을 손에 넣었다. 발부율은 87.7%로 2014년 91.7%에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법원의 영장심사가 갈수록 깐깐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20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총 25만701건으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4년 18만1067건이던 신청 건수는 2017년 20만4263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다 지난해에는 5만 건 급증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증가한 배경은 피고인이나 증인의 진술보다 컴퓨터, 휴대폰,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의 물증이 형사재판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 출신인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인권침해 우려 때문에 소환 조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데다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도 증언보다 물증이 유리하다”며 “실무진 사이에 압수수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성적표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87.7%로 2014년 91.7%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년간 발부율이 상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법원은 그동안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를 들이밀 때 범죄 혐의와 장소, 압수물 등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아도 발부해주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검찰의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법원이 방조하며 피의자 인권 침해에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변호사가 많아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판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피의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던 수사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됐기 때문에 영장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법원이 피의자와 피고인 인권 보호에 더욱 신경쓰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