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 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서울지역 21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연합 입학설명회가 열린 대강당에는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400여 석 규모의 대강당 2층은 텅 비어 있었다. 학교 측은 예비 중3 학부모와 학생 등 14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참석자는 900명 안팎이었다. 2000여 명의 참석자가 이화여고 대강당을 가득 메웠던 2017년 서울 자사고 연합 입학설명회와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학부모들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정모씨(44)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1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지만 자사고 폐지 소식이 들려와 불안한 마음에 설명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혜화동에 사는 학부모 박모씨(42)는 “내년에도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다고 하는데 다들 학교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학교 측은 학부모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대광고 교장)은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학부모들이 많은 혼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이 자리를 빌려 이제 안심하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지역 자사고는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 전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법적으로 확실한 위치에서 한국의 고교 공교육 리더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이뤄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서울지역 13개 학교 중 세화고와 숭문고, 신일고 등 8개 학교는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해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이 학교 측이 낸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행정소송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입시업계에서는 자사고의 인기가 예년보다 시들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자사고 폐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자사고 존폐 여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 서울지역에서만 8개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다. 기준 점수를 넘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와 한시적으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지정취소 자사고 간의 인기가 극명히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올해 고교입시에서는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전국단위 자사고로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지정취소 자사고 중에는 입학생 미달 학교가 나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오는 12월 9일부터 일반고, 자율형공립고 등과 동시에 원서를 접수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