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18일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에서 잇따라 확진 판정이 나온 데 이어 20일 파주시에서 두 건의 의심 신고가 추가로 들어와서다. ASF의 잠복기가 4~19일인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상당한 지역에 퍼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확산 조짐 보이는 ASF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오전 파주시 적성면과 파평면에 있는 농가에서 각각 ASF 의심 신고를 받고 폐사한 돼지 세 마리에 대한 정밀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파평 농가(4200마리)와 적성 농가(3000마리)에서 직접 기르는 돼지뿐 아니라 각각 반경 3㎞ 이내에 있는 3만4800마리와 6300마리도 함께 살처분된다. 정부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 대상을 발병 농장 500m 이내에서 3㎞ 이내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파평 및 적성 농장은 18일 ASF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 농가에서 각각 7.4㎞와 9㎞ 거리에 있다.
ASF가 어떻게 한국에 상륙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ASF의 감염 경로는 ①바이러스가 있는 음식물을 먹이거나 ②감염된 멧돼지를 통해 전파되거나 ③발병국을 다녀온 농장 관계자가 옮길 가능성 등 크게 세 가지다. 이번에 의심 신고가 들어온 두 농가는 ①잔반이 아닌 사료를 먹였고 ②창이 없는 데다 울타리도 있어 야생 멧돼지가 침입하기 힘든 구조이며 ③발병국을 다녀온 농장 관계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두 농가 역시 여기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다.
방역당국은 이에 따라 임진강 한강 등 인근 하천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도 점검하고 있다. 올 5월 ASF가 창궐한 북한의 멧돼지 분뇨가 강을 타고 상륙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임진강과 한강 하구 물을 채취해 검사할 계획이다.
비상 걸린 방역당국…“주말이 고비”
방역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경기 북부 일대에 광범위하게 번졌을 경우 차량을 통한 전국 확산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발병 원인을 모르다 보니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잠복기가 풀리는 다음주에 경기 북부 외 다른 지역에서도 ASF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주말에 한반도 인근으로 올라올 태풍 ‘타파’도 대비하고 있다. 이 태풍이 뿌릴 비로 발생 지역 하천 수위가 높아지거나 매몰 지역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와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가 바이러스에 접촉되지 않도록 축사에 생석회를 바르고 소독 조치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7~18일 이틀간 도축 중단으로 줄었던 돼지고기 공급 물량이 늘면서 도매가격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17일 ASF 첫 발병 후 이틀간 40% 넘게 오른 도매가는 19일 ㎏당 5828원으로 6% 하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5017원으로 13% 떨어졌다.
양돈업계는 ASF가 전국으로 번질 경우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상헌/김보라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