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개구리소년 사건이 발생한 대구를 찾아 “유족 등에게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모든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해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20일 밝혔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도롱뇽알을 잡으러 간 9~13세 소년 다섯 명이 실종되면서 시작됐다. 경찰 등은 와룡산 일대에 연인원 32만여 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으나 소년들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2002년 9월 와룡산 4부 능선에서 두개골 손상 등 타살의 흔적이 있는 실종 소년 다섯 명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지금까지도 실종·사망 경위 등은 규명되지 않았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06년 3월 25일 만료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배 씨(56)는 이날 이뤄진 3차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가 계속 혐의를 부인해 경찰이 세 건의 일치된 DNA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수사는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자백이 없는 상황에선 이씨를 진범으로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씨의 DNA가 나온 5, 7, 9차 사건 이외 나머지 사건들의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추가로 검출되길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반기수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본부는 미제사건수사팀,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찰은 우선 이번 용의자 특정의 실마리를 제공한 DNA 분석에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은 신속한 조사를 위해 이씨를 경기남부경찰청 인근 교도소 등으로 이감하는 방안도 관계 기관과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