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이 다음달 초 고위급 무역 협상을 앞두고 실무 협상을 시작했다. 이 논의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랴오민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이 이끄는 약 30명의 중국 협상단은 이날 워싱턴DC의 미무역대표부(USTR)를 찾아 협상에 돌입했다. 미국에선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가 협상팀을 이끌었다.
양국은 최근 관세 부과 시점을 소폭 유예하고, 관세 부과가 예정된 일부 품목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유화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단계의 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중국에서도 단계적 합의론이 나왔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협상이 미국 측의 농산물 수입 요구 등 농업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으로 판로가 막힌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에게 수출 기회를 제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 기업에 대한 기술 강제이전 요구 등 지식재산권 문제와 위안화 환율 평가절하 문제도 논의된다.
중국 협상팀은 협상 직후인 다음주 미국의 곡창 지대인 네브래스카주와 몬태나주 농가를 방문한다. 소니 퍼듀 미 농무부 장관은 이날 “중국 대표단이 미 농업 실태를 살펴보고 친선 관계를 만들기 위해 다음주 미국 관리들과 함께 농장 지역을 찾을 예정”이라며 “협상과 대화가 새로운 농산물 수입 계약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문제 자문을 담당한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협상이 합의되지 않으면 무역전쟁을 더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필스버리 소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 ‘허풍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틀렸다”며 “관세는 50~1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를 통해 “많은 미국 관료가 중국의 선의를 유약함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중국은 합의를 서두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