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검사와의 대화'하겠다는데 …현직 검사 "유승준이 군대가라 하는 꼴"

입력 2019-09-20 13:35
수정 2019-09-20 13:36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을 위한 ‘검사와의 대화’ 첫 일정으로 20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한 현직 검사가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 상대로 군대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 밝혔다.

조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56·사법연수원 17기)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조 장관은 검찰개혁 적임자는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3년 3월9일 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 10명의 생방송 TV토론을 언급, "16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결과와 별개로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 경기장만큼은 공정했고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오늘 열리는 일선청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란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냐.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신임 장관이 취임 뒤 이야기한 형사부 기능 강화, 직접수사 축소 같은 내용은 사실 검찰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선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라면서도 "그 변화가 왜 쉽지 않은지 검찰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신임 장관이 한마디 한다고 떡하니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신임 장관이 주장하는 정책은 항상 나중에 무언가 독소조항 같은 부록이 따라붙었다는 기억이 있다"며 "공보준칙 전례에서 보듯, 장관의 정책들은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드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일반적 의심까지 더해보면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했다.

임 검사는 "검찰개혁은 필요하고 아마도 어딘가 적임자가 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 장관은 그 적임자는 아니다"며 "정말 검찰개혁을 추구한다면 전국 검찰인이 정책 저의를 의심하지 않고 따를 수 있는 분에게 자리를 넘겨 그분이 과업을 완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첫 시행된 '검사와의 대화'는 지난 16일 법무부 감찰국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에 검찰 조직문화와 근무평가 제도에 관한 구성원 의견 청취 방안 마련을 지시한지 4일 만에 이뤄졌다.

조 장관은 첫 검사와의 대화 장소로 의정부지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과 직원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상사분들의 배석이나 주제 제한 없이 이야기를 듣고 추후 과정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