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이모(56)씨가 2차 경찰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씨가 수감중인 부산교도소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이씨는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경찰은 DNA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을 통해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 국과수 재감정을 통해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이씨를 특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총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이들 3건과 모방 범죄로 판명이 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다른 6건의 사건에서도 이씨의 DNA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이씨는 1995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경찰은 반기수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앞으로 이씨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조사를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인근 교도소 등으로 이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경우 마지막인 10차 사건이 2006년 4월을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 때문에 사건의 진범이 종국적으로 이씨로 확인되더라도 법정에 세워 죄를 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대로 말하면 이 사건 수사는 일반 사건과 달리 송치 시한 등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경찰은 진범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라도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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