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어려운 때면 金·달러·국채 투자 늘어나는데…투자 손실 위험 적은 '안전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죠

입력 2019-09-23 09:01
지난여름 주요 은행들은 골드바(금괴)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금(金)에 투자하려는 자산가가 급증하는데 공급량은 부족해 품귀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월 골드바 판매량은 전달보다 64% 증가했다. 골드바가 동나자 “실버바(은괴)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 은값이 덩달아 상승하기도 했다.

금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주목받는 ‘안전자산’ 중 하나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무역보복, 홍콩 시위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경기 불안할수록 안전자산은 인기

안전자산이란 투자했을 때 손실을 볼 위험이 매우 적은 금융자산을 말한다. 무(無)위험자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금융자산 투자에는 여러 위험이 뒤따른다. 시장가격이 변동하거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자산의 실질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채권의 경우 돈을 떼일 위험도 있다. 안전자산은 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없는 자산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금은 언제 어디서든 다른 자산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데다 녹슬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고 본래 가치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출범한 브레턴우즈 체제는 1971년까지 금본위제도를 운영했는데, 당시에는 전 세계 화폐가 금과의 교환가치로 평가되기도 했다.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도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매입한 금은 5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국채에도 투자자 몰려

금과 더불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미국 달러화를 빼놓을 수 없다. 달러는 국제무역과 금융거래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다. 수많은 화폐 중 달러가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까닭은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경제가 휘청이면 화폐가치가 급락해 휴짓조각이 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지만, 미국은 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달러 투자상품을 늘려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행의 ‘달러 통장’과 ‘달러 특정금전신탁’, 보험사의 ‘달러 보험’ 등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들이 발행한 채권도 돈을 떼일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최근 이들 국채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큰 폭의 가격 상승(채권금리 하락)을 보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6일까지 주요 투자자산별 수익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금이 25.20%, 달러가 7.29%, 채권이 4.51%로 상위권을 휩쓸었다.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상장기업들의 실적 불안도 가중될 것”이라며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