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흔들린 금리 인하 기대, 희망을 살려놓은 파월

입력 2019-09-19 07:44
수정 2019-12-18 00:02

미 중앙은행(Fed)은 18일 오후 2시(미 동부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1.75~2.00%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회의 전까지 50포인트 안팎 하락하며 관망하던 다우지수는 오후 2시반께 200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미 국채도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2년물 금리가 1.77%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FOMC 투표 내용이나 통화정책 성명서, 그리고 점도표와 경기 전망 등 어디를 봐도 올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찾기 어려웠던 탓입니다.

투표에 참여한 FOMC 위원 10명 가운데 7명만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찬성했고 3명이 반대했습니다. 3명의 반대표는 2014년 12월 회의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연방은행,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 등 2명은 금리 동결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0.50%포인트 인하를 원했습니다.

성명서에서는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력하고, 경제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증가해왔다. 일자리 증가는 최근 몇 달 동안 평균적으로 견조하고, 실업률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기존의 경기 진단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2%로 오히려 올려잡았습니다.

Fed 멤버들은 점도표를 통해서도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5명은 올해 말 기준금리를 2~2.25%로 제시했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올려야한다는 겁니다. 다른 5명은 1.75~2.00%로 현 수준을 예측했고, 7명은 1.5~1.75%로 제시해 올해 추가적으로 한 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습니다.

전체 17명 가운데 동결 혹은 인상 의견이 10명으로 인하 7명을 넘는 겁니다. 점도표 상의 올해 말 기준금리 중위값은 1.9%로 현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오후 2시반이 되자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파월 의장은 취임 이후 12번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중 10번은 기자회견 도중 뉴욕 증시가 폭락했습니다. 지난 7월말 FOMC 직후 열린 회견에서 10년만의 첫 금리 인하를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고 규정해 시장에 충격을 준 게 대표적입니다.

아지만 이날은 좀 달랐습니다.

파월 의장은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는 용어을 피하고 "만약 경제가 약화된다면, 더욱 더 폭넓고 연속적인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해 추가 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놓았습니다. 물론 "경기 하락은 지금 보고 있다거나 예상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말이죠.

또 "필요하다면 공격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는 협상 가능성이 커진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언앱다운(Up & Down)이 있으며 꽤나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고, 글로벌 경기와 관련, "중국과 유럽 경기는 계속 약화되고 있다"며 무역과 글로벌 경기는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또 이번 주 레포 금리가 치솟은 것과 관련해 "통화정책에 대해선 아무런 시사점이 없는 일"이라면서도 "향후 대차대조표 확대는 예상보다 더 빨리 다시 재개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4차 양적완화(QE)를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한 겁니다.

이에 시장은 안정을 되찼았습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다우 지수는 거의 보합권으로 올라왔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한 펀드매니저는 "점도표 등 회의 결과는 매파적이었지만 파월 의장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행동해 시장을 다독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FOMC 발표 직후 파월 의장을 "끔찍한 소통가"라고 비판한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