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기 연속 적자를 낸 쌍용자동차가 내달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순환휴직(안식년 제도)을 시행한다. 129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르노삼성자동차에 이어 쌍용차가 인력 조정에 들어가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지 8월 26일자 A1, 6면 참조
1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이르면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구노력 계획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핵심은 인력 조정이다. 쌍용차 노사는 다음달부터 사무직 근속 25년차 이상인 부장~과장급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순환휴직에 들어가기로 했다. 평가 및 기여도, 근속연수 등을 따져 하위 순위자부터 100명씩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업계에선 수백여 명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순환휴직 기간은 기본 6개월로 정했다. 자신이 원하면 6개월 추가 휴직이 가능토록 했다. 이 기간엔 기존 월급여의 70%가량을 지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환보직 제도도 도입한다. 15년 이상 같은 사업본부에서 근무한 관리직 직원은 다른 본부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대상은 구매 및 연구소, 품질 관련 부서 소속 직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순환휴직과 순환보직 제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용차는 임원 수도 더 줄이기로 했다. 지난달 임원 20%를 내보내고 연봉도 10% 삭감한 데 이어 추가 감원에 나설 계획이다. 신규 인력 채용은 미루기로 했다. 올 하반기 79명, 내년 50명의 신입·경력 직원을 새로 뽑기로 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조직 개편 및 유휴자산 매각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153개인 팀 수를 20~30%가량 축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서울사무소는 내년 서울 외곽이나 경기 지역으로 옮길 예정이다. 영동물류센터 등 세 곳의 부동산을 매각해 약 3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쌍용차가 이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건 극심한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8월 누적 판매량은 8만8702대로 경영난을 겪은 지난해 같은 기간(9만925대)보다도 2.4% 줄었다. 2012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다. 지난 7월엔 4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기도 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내년까지는 눈에 띄는 신차가 없어서다.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쌍용차는 지난 2분기에 491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1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