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19일(11: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 상장을 통해 단숨에 4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주력사업 실적부진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다소 줄이게 됐다는 평가다.
롯데리츠는 다음달 상장을 위한 공모과정에서 롯데쇼핑이 보유한 8598만4442주를 구주매출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이 내놓을 주식물량이 이번 공모물량의 전부다. 상장이 마무리되면 롯데쇼핑의 롯데리츠 지분율은 100%에서 50%로 낮아진다. 롯데리츠의 희망 공모가격이 한 주당 4750~5000원임을 고려하면 상장과정에서 롯데쇼핑은 적게는 4084억원, 많게는 4299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상장을 위해 롯데쇼핑이 롯데리츠에 1조629억원어치 보유 부동산을 매각한 것은 재무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상장 이후에도 롯데리츠가 롯데쇼핑의 자회사로 남게 되면서 연결 재무제표상으로는 현금규모가 거의 변하지 않아서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현물출자 방식으로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리츠에 넘긴 데 이어 8월엔 롯데백화점 광주·구리·창원점,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청주점 등 9개 유통매장을 추가로 매각했다.
재무구조 악화를 겪던 롯데쇼핑으로선 공모리츠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숨을 돌리게 됐다. 롯데쇼핑은 민간소비 부진,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 등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전자제품판매점 등 주력 사업에서 장기간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중국 대형마트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부진한 유통매장을 정리하면서도 적잖은 비용이 발생했다. 2014년 1조1883억원이던 이 회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5970억원으로 축소됐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2968억원에 그치는 등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선 롯데인천개발 롯데인천타운 롯데타운동탄 등 계열사 지분투자로 이들 회사의 차입금이 연결 재무제표의 차입금으로 반영됐고, 새 리스회계기준(IFRS16) 도입으로 리스부채까지 증가하면서 차입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까진 운용리스의 경우엔 해당 회계연도에 지급한 리스료만 회계상 부채로 잡혔지만 이제는 운용리스 내용 전부가 부채로 반영된다. 지난해 말 7조7956억원이었던 롯데쇼핑의 총 차입금은 올해 6월 말 15조4787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11.3%에서 174.2%로 상승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변화를 반영해 지난 5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