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도시거주 인구비율은 2006년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2050년에는 66%에 달할 것이라는 게 유엔 전망이다. 1800년까지 1000년간 2%, 100년 전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도시화율’의 속도가 놀랍다. 한국은 더욱 극적이다. 1960년 39%에서 2015년에 92%가 됐다. 국토의 17%에 인구, 주택, 차량이 몰려있다.
도시화는 경제와 산업, 과학기술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 산업화·분업화·전문화를 통한 인류의 발전이 도시를 기반으로 했고, 도시의 고도화와 비례해 결실을 내왔다. 에너지 소비 등 인류의 삶이 효율적인 곳이 도시인데, 대도시일수록 생활비가 많이 든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서울이 그렇다.
도시는 문화 창출을 선도하며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성장엔진이다. 큰 도시일수록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며 다양한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2018년 서울시 인구변화 추이’를 보면 서울이 쪼그라들면서 늙어가고 있다.
서울 인구는 1992년 1097만 명을 정점으로 등락하다 지난해 1004만9607명으로 줄었다. 올해 말쯤 1000만 명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도쿄 뉴욕 런던의 인구가 소폭이나마 계속 늘어나는 것과 비교된다. 서울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4.4%,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3년 만에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이 추세라면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일찍 늙고, 고도성장을 맛보기도 전에 활력을 잃는 게 한국 사회의 모습 그대로다.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36만 명은 비싼 집값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제는 서울의 국제경쟁력이다. 국가경쟁 못지않게 지역경쟁이 심화되는 시대다. 서울이 활력을 잃어가고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고(高)비용의 정체 도시로 늙어간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처럼 서울 일극(一極)에서는 그대로 국가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낡은 도심 아파트단지의 재개발 재탄생을, 지하도시·수직도시로의 진화를 규제 행정이 가로막는 것은 아닌가. 젊은 세대를 설레게 하고 관광객까지 불러 모을 화려한 도시의 밤도, 개성이 만발하는 미래도시의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서울만의 재미와 이야깃거리도 많다고 보기 어렵다. 틀에 박힌 행정이나 낡은 규정 탓은 없을까.
‘스마트 도시’를 내세우는 서울시의 경쟁 상대는 어디인가. 경기도인가, 도쿄나 베이징인가, 혹은 상하이와 홍콩인가.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