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 따로 플랫폼 따로' 의료 빅데이터, 언제 선진국 따라잡겠나

입력 2019-09-18 17:48
수정 2019-09-19 00:14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통식을 열었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에 있는 빅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빅데이터 활용 단계로 들어가면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 규모가 아무리 커도 활용성이 떨어지면 소용없다. 한국이 그런 경우다. 밖에서는 공공기관에 축적된 의료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한국을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로 평가한다. 하지만 데이터 활용에서는 경쟁력이 확 떨어진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이 선진국 수준으로 정비가 안 된 탓이다.

이번 빅데이터 플랫폼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의료정보를 하나로 모아 볼 수 있게 됐다고 하지만, 이름·생년월일·성별로만 환자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주민등록번호는 식별코드로 쓸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다른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해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15%에 달해 데이터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계는 가명 정보를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언제 국회에서 처리될지 기약이 없다.

임상 현장에서 나오는 병원 데이터의 통합도 넘어야 할 벽이다. 병원마다 정보 기록방식이 다른 데다 병원 안에 있는 데이터를 밖에서 활용하는 게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등이 의료정보를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없는 것도 한계점이다.

복지부는 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고속도로 건설에 비유했지만 ‘법 따로 플랫폼 따로’ 상황을 해소하지 못하면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등 선진국은 보건의료제공자, 영리사업자, 대학 및 비영리 연구자의 의료 빅데이터 활용도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이들을 따라잡으려면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상 규제를 하루빨리 혁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