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 핀테크(금융기술) 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사진)가 증권업과 인터넷은행 진출을 모두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가장 큰 걸림돌로는 ‘과도한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꼽았다. 정부가 핀테크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국내 대표 핀테크 업체의 수장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작심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대주주 적격성 요건 불합리”
이 대표는 18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에서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억원을 투입하고 인재를 채용했는데 현재 자산을 매각하고 채용도 멈추는 등 (진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말한 ‘수행 불가능한 방안’이란 대주주 적격성 조건을 의미한다. 그는 “증권업 진출을 막은 이슈가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이 분야 진출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토스는 증권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인가를 받으면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직접 팔고 운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밀당’
이 대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행사 토론회에서도 “금융위와 얘기할 때는 진심 어린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고 느끼는데 실제로 감독 기관들과 얘기하다 보면 진행되는 게 없다”고 금감원을 비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과도한 대주주 요건을 지적하는 동시에 금융당국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가 혁신금융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지렛대로 상황을 유리하게 바꿔보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가 이날 은 위원장에게 “19일 (금감원장) 미팅이 있다고 들었는데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온도를 맞춰주셨으면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초 토스는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다가 자본구조의 불안정성을 지적받고 탈락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재개되는 인터넷은행 인가전에 토스가 다시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다. 기존 증권사나 정보기술(IT) 대기업만 참여하면 인터넷은행을 추가로 허용하는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본 안정성 요건 충족 못해’
금융당국은 토스에 대해 감독 규정상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증권사의 대주주가 되는 비바리퍼블리카(법인명)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대주주의 자본 안정성 요건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토스의 대주주 요건과 자본 적정성 등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며 “인가심사 시 대주주 요건은 모든 건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대훈/하수정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