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돼지고기의 경매가격이 치솟았다. 파주에 이어 연천까지 돼지열병이 확산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경매가 상승분이 조만간 일선 마트 및 시장에 반영되면 소비자 체감가격도 껑충 뛸 전망이다.
19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산하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14개 축산물 도매시장에서의 돼지고기 경매가는 kg당 5975원으로 16일 대비 31% 급등했다.
전날 경기도 파주시에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4950마리 돼지가 살처분됐다. 이날 경기도 연천군에서도 ASF 발생이 확인됐다. 연천군 백학면의 양돈농장은 이날 오전 7시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농장은 47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에 가격 급등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심리적인 불안요인과 이동제한, 가수요가 붙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며 "당분간 가격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날 돼지고기 경매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날보다 가격은 더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은 돼지의 이동제한으로 경매시장 11곳 중 2곳만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돼지 이동 제한으로 경매가격에 왜곡이 발생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돼지고기 가격 급등세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는 파주 연천에서 진행되는 돼지 살처분이 돼지고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급등한 것은 가축 이동중지 명령에 따른 단기간 물량 부족을 우려한 중도매인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시기적으로 돼지의 공급량이 풍부한 반면 소비는 감소하고 있어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7월 가정내 돼지고기 구매량(4주간 평균)은 1.86kg으로 전년 동기(1.89kg)보다 줄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현재부터 10월 중순까지 돈가(돼지고기 가격)가 가장 낮은 편"이라며 "추석이 지나면서 돼지고기 출하량은 많고 다음 김장철까지 소비는 줄어드는 시기인 만큼,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하기 힘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공급 측면에서 현재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1200만마리 정도로 평년보다 13% 많은 수준이다.
돼지고기 수입 물량도 많은 편이다. 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28만3379t이다. 올해 돼지고기 예상 수입량은 43만t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수입 돼지고기는 46만4000t으로 1971년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역대 최대치였다.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직접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물 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거래된 돼지고기는 중간 도매상을 거친 뒤 이틀 내 정육점, 마트, 식당, 소매업체로 들어간다. 다행히 대형마트는 재고 물량을 1~2주 정도 비축해두고 있어 소비자 가격 상승이 바로 나타나진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도 돼지고기 가격의 단기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 대비 잔반급여 비중이 낮고, 양돈업체의 현대화 수준이 높은 편인 만큼 국내 전체 돈육 공급에 큰 영향을 주는 대규모 살처분까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돈가 상승 우려 심리 확산에 따른 돈가의 단기 반등만 나타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