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갑자기 높아진 Fed의 금리 동결 가능성

입력 2019-09-18 05:50
수정 2019-12-17 00:01


뉴욕 증시는 17일(현지시간) 거의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다우 등 3대 지수는 하루 종일 보합권에서 머물렀습니다.
18일(미 동부 시간) 오후 2시(한국 시간 19일 새벽 3시) 발표될 미 중앙은행(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기다리며 관망세를 보인 겁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선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50.4%로,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은 49.6%로 예측(미 동부 시간 18일 오후 2시34분 기준)했습니다.

동결 가능성은 한달 전에는 0%였고, 일주일전엔 7.7%였습니다. 그러던 게 어제 37.7%로 높아졌고 오늘은 동결 가능성이 더 커진 겁니다.
그만큼 지난 일주일 새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8월 소매판매는 전달대비 0.4% 증가했고 이날 발표된 8월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0.6% 증가해 예상(0.2% 증가)를 크게 넘는 등 미국의 경제 지표는 예상외의 호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4%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조짐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경기를 짓누르던 가장 큰 요인인 미·중 무역전쟁도, 양국이 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하고 일부 품목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는 등 유화적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단계적 합의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단계의 합의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지요.
이에 따라 다우 지수가 최근 8일 연속 올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1% 안팎으로 다가섰습니다. 특히 이달 초 연 1.4%대까지 추락했던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말 1.9%대까지 급반등했습니다.

오늘 월스트리트의 관계자 7명을 상대로 FOMC 결과에 대해 간단한 설문을 했습니다. 그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①기준금리
7명 모두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습니다. Fed가 금리를 동결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게된다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인하를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Fed 내부 의견은 엇갈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응답자 중 6명이 FOMC 위원 가운데 2명(에릭 로젠그린, 에스터 조지)이 인하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봤습니다. 3명이 반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②경기 진단
경기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섣불리 통화정책성명서에서 기존 경기 진단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응답자가 6명이었습니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겁니다.

③중간 사이클 조정?
현재 시장의 큰 관심은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7월말 FOMC 때 밝힌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는 용어에 쏠리고 있습니다. 시장에 충격을 줬던 이 표현을 유지할 경우 금리 인하 효과는 다시 희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응답자 6명은 파월 의장이 이번에 '중간 사이클 조정'이라는 표현에 대해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하고 "경기 확장세 유지를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강조할 것으로 봤습니다.

④향후 금리 인하 시사?
또 다른 핵심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금리를 내릴 것이냐 하는 겁니다.
월가에서는 기존 점도표(6월)에 향후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변화가 나타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오는 12월에 한 번, 내년 초 한 번 더 인하를 바랍니다.
하지만 응답자 중 5명이 이번에는 점도표에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이밖에 응답자들은 파월 의장의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입장, 4차 양적완화(QE)에 대한 생각, 유가 상승을 바라보는 시각(인플레 상승 요인이냐? 아니면 글로벌 경기 둔화 요인이냐?) 등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지금 상황은 혼란스럽습니다.

경제 지표는 좋아지지만 미·중 무역협상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갑자기 터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에 따른 유가 폭등도 어떻게 귀결될 지 알 수 없습니다.
파월 의장은 아마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며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길은 열어놓을 겁니다. 그리고 지표에 의존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할 겁니다.

파월 의장은 취임 이후 그동안 12번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중 10번 기자회견 중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번에 '중간 사이클 조정'이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히거나, '금리 인하가 7, 9월 두 번으로 끝났다'고 시사할 경우 다시 폭락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