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권력도 의회를 무시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할 수는 없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 의장(56.사진)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의회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의 법을 무시한 노딜(No deal) 브렉시트 추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영국 의회는 최근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내년 1월말까지 브렉시트를 3개월 추가 연기하는 내용의 유럽연합(탈퇴)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초 시한인 오는 10월 말까지 무조건 브렉시트를 하겠다는 존슨 총리는 이를 무시하고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버커우 의장은 브렉시트 방법으로 △딜을 만드는 것 △노딜을 하려면 의회 승인을 받는 것 △처음부터 다시 토론하는 것 등 세 가지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방안이 낫다는 게 아니다”며 “강조하려는 건 의회 민주주의”라고 밝혔다. 또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한 영국에서 의회는 정치 무대 중앙에서 빠질 수 없다”며 “브렉시트를 마무리하는 절차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2009년 6월부터 만 10년 이상 하원의장을 맡아온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수 의장으로 꼽힌다.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부치는 존슨 총리로 인해 난장판이 된 영국 하원에서 묵직한 목소리로 “오더(질서), 오더”를 외치는 모습이 세계에 방송되면서 최근 소셜미디어 스타로 떠올랐다.
영국에서 하원 의장은 취임하면 당적을 버리고 중립적 위치에서 토론을 주재한다. 하지만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잔류하는 방안에 표를 던졌으며, 지난 4월 브렉시트 대안이 나올 때까지 끝장 투표를 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찬성과 반대표가 같게 나오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논의를 중단시켰다.
이에 친정인 보수당은 버커우 의장이 브렉시트에 반대한다며 비판해왔다. 전임 테리사 메이 내각은 그에 대해 하원의장에서 퇴임하면 귀족 지위와 상원의원직을 보장하는 기존 관례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버카우 의장은 지난 9일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오는 10월 말로 의장직을 내놓고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