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창사 이후 7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인 36만4000L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공장 건설과 가동에 필요한 기간을 경쟁사보다 40% 가까이 단축하며 의약품 수탁생산(CMO)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세포주 개발, 공정 개발, 임상물질 생산 및 품질 테스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수탁개발(CDO) 비즈니스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부터 CDO 분야의 실적을 쌓아가며 고객사에 속도, 가격, 품질 및 효용 등에서 글로벌 선진기업 수준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업체에 의뢰하던 최종 테스트 과정의 내재화에 성공해 향후 CDO와 관련한 전 과정을 100%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유틸렉스, 지아이이노베이션, 이뮨온시아 등 국내 바이오벤처를 비롯해 총 33건의 CDO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30%에 달하는 품질 관리 전문가와 글로벌 기업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해외 전문가 풀을 통해 고품질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중심이 단일클론 항체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22년이 되면 단일클론 항체 시장 규모가 전체 의약품 시장의 21%인 1800억달러(약 2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항체 개발은 소규모 바이오벤처들이 이끌고 있다. 이들이 후보물질 발굴에 성공하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를 사들인 뒤 상업화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가진 국내 바이오벤처도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신약 개발의 필수 단계인 임상시료 생산은 해외 CDO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리적 거리로 인한 시간과 품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O 사업을 시작하면서 신약 개발의 흐름이 바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 바이오벤처의 브랜드 가치 및 인지도 상승, 제품 개발 조력에 집중한다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수립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많은 글로벌 제약들이 국내 바이오벤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바이오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상생과 동반성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생명과학 분야 전문지 ‘라이프 사이언스 리더’와 연구기관 ‘인더스트리 스탠더드 리서치’가 주관한 CMO 리더십 어워즈에서 3년 연속 전체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밖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청(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42건의 제조 승인을 획득하는 등 고객사와 전문기관으로부터 품질 경쟁력과 제조 혁신 기술을 인정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의약품 개발까지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성장 파트너가 되려 한다”며 “K바이오 안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의 상생모델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