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입력 2019-09-16 17:55
수정 2019-09-17 00:24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이 나라 역사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기업인 출신인 우파 마크리는 2015년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 아르헨티나는 물가가 급등하고 외환시장은 불안한 와중에 인구의 32%에 달하는 빈곤층이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또다시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과 채무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등에서 마크리의 역량이 드러난 셈이지만, 달리 보면 유령처럼 배회하는 페론주의의 그늘이 그만큼 무섭다는 방증이다. 선동 정치와 대중 추수주의라는 ‘위대한 유산’을 그는 극복하지 못했다. 예비선거, 본선거, 결선투표로 이어지는 차기 대통령 선거의 1차전에서 좌파 후보에 져 이미 마크리의 패색은 짙어졌다.

실패한 대통령은 미국에도 많다. 지미 카터,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의 실패기를 연구한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일레인 카마르크 저)에는 의미 있는 분석이 있다. 요약하면 ‘정책-커뮤니케이션(소통)-실행력’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터 때 이란에서의 자국민 인질구출 실패는 군(軍)개혁을 회피한 결과였다. 부시는 알카에다에 관한 정보를 경시했다가 9·11테러를 당했다.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정책(오바마케어) 시행 직후 6개월간 전산망 다운 등 혼란과 국론 분열은 오바마 정권의 대표적 실패 사례가 됐다.

‘왜 많은 미국 대통령이 희망차게 시작했다가 실망 속에 끝을 맺나’라는 질문에 하버드대 교수 출신 저자는 간결하게 답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서 중요한 부분을 소홀히 취급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실패한 대통령이 많다. 비극적 최후, 아들 등 측근비리로 임기 후반에 ‘식물’이 된 양 김씨, 투신과 실형 구속…. 여기에 한국 정치의 퇴행적 후진성이 반영돼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통령의 실패는 직접 뽑은 유권자들, 지지자들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서 부정적 평가가 더 높게 나오고 있다. 점철된 의혹들이 해명되지 않은 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가중되는 경제난도 무시 못 할 요인일 수 있다. 누가 됐든, 실패한 대통령을 더 보게 된다면 한국 정치의 한계를 넘어 대한민국의 비극이 될 것이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