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타고난 미모와 실력을 바탕으로 조선 전통 춤의 현대화를 이끈 예술가가 있다. 바로 불세출의 무용가 최승희(1911~1967)다. 당시 최승희는 한국과 일본 예술계를 장악한 아시아 권역 최고의 무용 스타였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고, 사회적 영향력 역시 지대했다. 미술가들도 역동적인 안무로 유명한 그의 춤사위를 놓칠 수 없었다.
인상파의 거장 오귀스트 르누아르에게 미술을 배운 일본 화가 우메하라 류자부로는 최승희의 춤사위에 빠져들어 걸작 ‘무당춤을 추는 최승희’를 남겼다. 1941년 완성한 작품으로 우아하게 무당춤을 추는 최승희의 모습을 감각적인 붓질과 화려한 색채로 잡아냈다. 부채를 들고 신을 유혹하는 몸짓이 요염하고 부드럽다. 한국 여성의 춤을 향한 열정도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국 미술가가 아니라 일본 화가가 국가와 이념을 넘어 최승희의 예술혼을 작품으로 승화했기 때문에 당시 국내 화단 역시 화들짝 놀랐다. 이 그림은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근대 시기 ‘신여성’을 주제로 기획한 전시에 출품돼 국내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