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산제 잔탁 美서 '발암 물질' 검출…식약처, 국내 판매약 긴급 전수조사

입력 2019-09-16 17:44
수정 2019-09-17 01:55
미국에서 유통 중인 다국적제약사 GSK의 제산제 잔탁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보건당국이 전수조사에 나섰다. 국내에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한 1차 긴급 조사에서는 NDMA가 나오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국내 수입·제조되는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이 원료를 쓴 의약품 395개 품목을 수거해 NDMA 성분이 들었는지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라니티딘을 원료로 하는 GSK의 잔탁에서 NDMA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NDMA는 지난해 고혈압약인 발사르탄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성분이다.

라니티딘은 속쓰림, 역류성 식도염 등을 치료하는 약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위장병 치료제는 1조511억원어치가 유통됐는데 이 중 라니티딘이 든 약은 25.3%(2664억원)를 차지했다. 국내 유통되는 라니티딘 원료제조소는 11곳, 라니티딘이 들어간 의약품은 395개 품목이다. 식약처는 FDA의 위해 정보를 확인한 뒤 라니티딘 단일제의 오리지널 제품을 생산하는 GSK로부터 3개 품목, 29개 제품을 수거해 긴급 검사를 벌였다. 일반의약품 잔탁 75㎎, 전문의약품 150㎎, 주사제 2mL 등 3개 품목이다. 원료제조소 한 곳에서 여섯 개 원료도 수거했다. 이들 제품에서는 NDMA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을 원료로 하는 복합제와 복제약 등에서 NDMA 성분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제품의 국내 수입액이 전체 라니티딘 완제 의약품 유통 규모(2664억원)의 0.02%(618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NDMA 검출량이 적어 제품 회수 등은 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발사르탄은 제조 공정을 바꾸면서 NDMA가 불순물로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이런 문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며 “라니티딘에서 NDMA가 나온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해 미국 FDA 등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박상익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