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열 2위 '바오류 불가능' 첫 실토…무역전쟁 피해 생각보다 심각

입력 2019-09-16 16:17
수정 2019-09-17 01:21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중국 경기 둔화 속도가 중국 정부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를 비롯해 상당수 경제 예측기관들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지도부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6% 성장률 유지(바오류·保六)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일각에선 이르면 올해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5%대 후반으로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중국정부망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6%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서방의 경제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6% 성장률 붕괴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리 총리는 그 이유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거세지면서 중국 경제가 하방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1990년까지 3%대 수준이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하면서 2010년까지 두 자릿수의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2011년부터 한 자릿수로 성장세가 둔화했고 2015년 6.9%로 내려가면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7% 아래로 떨어졌다. 2016년 6.7%로 하락했다가 2017년 6.9%로 7년 만에 반등했지만 지난해 6.6%로 다시 낮아졌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격해지면서 올 들어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있다. 1분기엔 6.4%로 하락했고 2분기에는 1992년 3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분기 기준으로 27년 만에 최저인 6.2%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률은 2분기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0~6.5%’로 잡았다.

리 총리는 그러나 중국의 발전 속도는 여전히 세계 주요 경제권을 리드하고 있으며 지난달까지 중국 경제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장률 유지를 위해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8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달(4.8%)은 물론 시장 예상치(5.2%)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2002년 2월 2.7%를 기록한 이후 17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산업생산도 작년 동기 대비 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중국 정부가 목표로 잡은 산업생산 증가율 5.5~6.0% 범위 안에 있지만 갈수록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어 목표치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내수경기 활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지난달 7.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7월의 7.6%와 시장 예상치 7.9%를 모두 밑도는 것이다. 1~8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역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5%에 그쳐 전달(5.7%)과 시장 전망치(5.6%)보다 낮았다. 중국 정부가 각 지방정부에 인프라 투자 속도를 높이라고 독려하는데도 연중 최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고정자산투자의 60%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 투자는 5.4% 증가에 그쳤다.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거듭하자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부터 금융회사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췄다. 이에 따라 중국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13.5%에서 13%로, 중소형 은행은 11.5%에서 11%로 내려갔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모두 9000억위안(약 150조원)의 자금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