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벌금이냐 손해냐…초강력 CO2 규제에 車수익성 '빨간불'

입력 2019-09-16 10:11
수정 2019-09-16 10:12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소 규제는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자동차 이산화탄소(CO2) 배출 허용량이 내년부터 급격히 낮아진다. 기존 130g/km에서 내년 95g/km으로 줄고 2023년에는 62g/km, 2050년 10g/km으로 지속 강화된다.

환경 규제와 까다로워진 검사 절차로 디젤차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친환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신차를 출시했다간 막대한 벌금을 맞을 수 있다. 차선책인 친환경차 시장은 보조금 경쟁 속에서 손해를 보며 판매량을 늘려야한다. 단기적으론 제살 깎아먹기식 적자 구조가 불가피하다.

당장 전세계 기업들은 벌금과 적자를 감수하면서 환경 규제 변화에 적응해야하는 과제에 놓였다.

◇ 자동차 환경규제 강화…막대한 벌금 '덜덜'

일단 강화된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막대한 벌금도 내야 한다. 95g/km를 넘어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2021년부터 1대당 1g/km마다 95유로의 벌금을 물린다.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규제로 인한 벌금이 폭스바겐그룹은 연간 1조8000억원, 현대자동차그룹은 연간 38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한 기업이 그해 생산한 자동차 평균 연비를 규제하는 기업평균연비제도(CAFÉ) 기준을 현행 16km/l에서 2020년 19.8km/l로 강화한다. 중국도 14.4km/l에서 2020년 20km/l로, 우리나라도 16.8km/l 수준이던 승용차 평균 연비를 2030년 28.1km/l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 디젤 판매 감소, SUV 인기에 환경오염은 심화

자동차 업계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우선,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큰 디젤차는 디젤게이트 파동으로 판매량이 대폭 감소했다. 유럽 내 디젤차 판매 비중은 2015년 51.6%에서 지난해 35.6%까지 내려갔다. 디젤게이트 영향으로 가솔린차 판매가 늘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도 증가세에 있다.

유럽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늘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내 승용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6년 117.8g/km로 감소했으나, 2018년에는 되레 늘어난 120.5g/km를 기록했다.

가솔린 차량의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개선하는 작업도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늦어도 2040년부터는 유럽 내 내연기관차의 판매 자체가 금지될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실제 아일랜드 정부는 203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 역시 함께 퇴출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순수전기차(BEV)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임기응변일 뿐이며, LPG차는 가솔린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탓에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다. 다만 친환경차를 시장에 내놓아도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에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 해답은 전기차, 문제는 가격 경쟁력

내년부터 시장에 출시될 3세대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500km로 개선된다. 오는 22일 막을 내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1회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프리미엄 전기 밴 EQV를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1회 충전으로 330~550km를 달릴 수 있는 보급형 전기차 ID.3를 선보였다. 내연기관차와 차이 없는 주행거리는 확보한 셈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현재 전기차는 성능이 비슷한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비싼 탓이다. 1kWh당 200달러를 넘던 배터리 가격은 최근 150달러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1kWh당 100달러 수준이 되어야 내연기관차와 같은 경제성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보급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은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배터리 주요 재료인 코발트 가격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4배 뛰었고 망간도 지난해 3배 가량 폭등했다. 최근 주요 재료인 니켈 가격도 70% 이상 상승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배터리 가격과 상관없이 내년부터 전기차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연합 등에 막대한 벌금을 내는 대신 적자를 보며 전기차를 파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폭스바겐은 330km를 주행하는 ID.3를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인 3000만원대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도 국내에서 저공해차 판매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전기차 볼트EV를 적자를 보며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판매량을 구매하는 식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출혈 판매를 감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