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진출 지름길"…WHO 문 두드리는 진단업체들

입력 2019-09-15 17:58
수정 2019-09-16 02:14
국내 중소 진단 기업들이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나 국경없는의사회 등 국제 민간단체의 문을 활발히 두드리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는 코스닥 상장사 엑세스바이오다. 이 회사는 WHO를 통해 최근 3년간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70여 개국에 1억3000만 개 이상의 말라리아 진단키트를 보급했다. 말라리아는 WHO가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감염성 질환 중 하나다. WHO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말라리아 진단키트 13억5000만 개를 구매했다.

회사 관계자는 “WHO에서 시행한 말라리아 진단키트 성능평가시험에서 2008년 이래 최우수 제품군에 다섯 번 선정됐다”며 “에티오피아에 공장을 확보하고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는 등 경쟁사보다 빠르게 생산 능력을 확대한 것도 주효했다”고 했다.

노을, 휴마시스 등도 WHO에 말라리아 관련 진단제품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WHO가 시행하는 품질 검증(PQ) 절차를 준비 중이다. 국제기구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국제 입찰에 참가하려면 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PQ를 획득하면 국제기구에서 우리 기술을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해외시장에 진입하는 지름길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혈액 기반 결핵진단키트(사진)를 개발한 수젠텍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뒤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WHO에 결핵진단키트를 납품하기 위해서다. WHO에 공급하려면 최소 5개국에서 진행한 임상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WHO는 매년 1300억원 규모의 결핵진단키트를 구매해 개발도상국에 공급하고 있다.

수젠텍은 미국 진단업체 세페이드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세페이드 제품은 객담 기반 결핵진단키트로 다국적사의 대형 분자진단 장비를 소형화했다. 수젠텍 관계자는 “세페이드는 지난해에만 WHO에 키트 650만 개를 판매하는 등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다나허에 5조원에 인수됐다”며 “우리 제품은 세페이드보다 크기도 작고 비용도 저렴할 뿐 아니라 객담 기반 키트의 단점인 오랜 배양 시간과 오진 위험 등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니아는 에이즈 진단키트에 대한 WHO PQ 획득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니아 제품은 정확도가 높고 감염 여부는 물론 정량 결과까지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에이즈 환자가 약을 처방받은 뒤 얼마나 바이러스가 줄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 환자 관리에 유용하다”며 “국제민간단체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에 WHO PQ 획득 기간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