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말기 아닌 생태계" 애플의 아이폰 新전략에 주목한다

입력 2019-09-15 17:17
수정 2019-09-16 00:18
애플이 신작 아이폰11을 내놨지만 “혁신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카메라 성능을 높이고 기본형 단말기 가격을 낮춘 것 외에 눈길을 끌 만한 변화는 없었다. 대신 넷플릭스를 본뜬 동영상 서비스와 클라우드 게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임계점에 이른 단말기 성능 개선보다는 콘텐츠와 연계한 ‘문화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애플은 이미 클라우드, 음악, 뉴스 서비스는 물론 신용카드까지 전방위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가상화폐, 헬스케어 등 공격적인 사업다각화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의 행보가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이들이 몸집을 키운 수단은 과감한 인수합병(M&A)이다. 풍부한 자금을 무기로 세계 곳곳의 유망 벤처기업을 인수해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구글의 유튜브, 알파고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국내에서는 거미줄 규제가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 탓에 대기업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계열사로 둘 수 없다. 출자총액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도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해외 기업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 경영을 옥죄는 규제를 늘리기 바쁘다. ‘5%룰’을 완화해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더 쉽게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지주회사 규제도 한층 강화했다. 넘쳐나는 규제에 대응하느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 본연의 활동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낡은 규제로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