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취업자 수 45만명이나 늘었지만…노인 알바·造船 수주가 부른 '반짝 효과'

입력 2019-09-11 16:08
수정 2020-11-06 17:46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45만2000명 늘면서 고용률이 8월 기준으로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벌어진 ‘고용 참사’ 기저효과에다 재정 투입으로 창출한 노인 일자리 급증이 겹쳐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30~40대와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고용의 질 악화 추세는 계속됐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45만2000명 증가했다. 2017년 3월(46만3000명) 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61.4%로 8월 기준으로 1997년(61.5%) 후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3%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고용지표 호전에는 지난해 8월 취업자 증가폭이 3000명에 그쳤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정부가 만든 단기 일자리 효과와 조선사들의 대규모 수주 성공,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 일시적 경기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령과 업종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9만1000명 급증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폭의 86.5%를 차지했다. ‘경제 허리’인 30대(-9000명)와 40대(-12만7000명) 취업자는 줄었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7만4000명 늘어난 반면 제조업은 2만4000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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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거시지표가 줄줄이 추락하는 가운데 8월 취업자 수가 모처럼 큰 폭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매우 고무적이고 의미있는 변화” “고용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모습”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기쁜 기색을 보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뚝심있는 일자리 정책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산업 생산 부진 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고용 시장만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8월 고용 증가는 지난해 ‘고용 참사’에 따른 기저효과와 공공 일자리 급증, 신차 출시 효과 등 일시적 요인이 겹쳐 생긴 착시현상”(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용시장 반짝 호전됐지만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35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만2000명 증가했다. 불황에도 고용이 갑자기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 ‘고용 참사’의 기저효과가 지목된다. 매년 30만 명 안팎에 달하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8월 갑자기 3000명으로 급감했다. 성태윤 교수는 “비교 대상인 지난해 8월 통계가 워낙 안 좋아 지난달 취업자 수가 급증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2년 기준으로 묶어 보면 정상적인 수준보다 여전히 낮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늘린 ‘노인·단기 알바’ 영향도 컸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증가를 이끈 건 60세 이상 노인(39만1000명)이었다. 노인 취업자 증가가 전체 취업자 증가폭을 크게 웃도는 현상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세금으로 마련한 단기 일자리 대부분이 노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봐도 지난달 취업자가 가장 크게 늘어난 분야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7만4000명)이었다. 정부 재정이 주로 투입되는 분야다.

여기에 일부 산업 호조 등 일시적인 경기 요인이 겹쳤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통계에 따르면 7월 신차 출시가 지난달까지 이어지고 파업일이 줄면서 지지부진하던 자동차 생산이 6.3% 증가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연달아 대형 발주를 따내면서 같은 달 조선 등 기타 운송장비 생산이 4.7% 늘었다. 중국·대만을 중심으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점도 관련 산업 고용 확대로 이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관광객이 늘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일자리는 계속 사라져

하지만 고용의 질이 악화되는 추세는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제조업 재고 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등 경제의 기초 체력이 질적으로 나빠지는 상황”이라며 “일자리 수는 늘었지만 질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구직단념자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15만8000명 늘어 올해 들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일부 제조업 경기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4000명 줄었다. 통계 작성 후 역대 최장기간(17개월) 감소세다. 금융·보험업 취업자도 4만5000명 줄어들면서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경제 허리’인 30대(-9000명), 40대(-12만7000명) 취업자가 줄었다. 자영업 경기는 여전히 바닥을 맴돌고 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1만6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8월 기준으로 가장 큰 감소폭이다.

8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전년 동월 대비 18% 급증한 점도 고용의 질적 악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어난 가운데 취업자가 급증한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의 일자리가 그만큼 많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의 저임금 일자리가 빠르게 단기화되고 있다”며 “6개월~1년가량 일한 뒤 구직급여를 받고 지내다가 다시 일자리를 찾는 ‘떠돌이 알바’가 크게 늘어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성수영/서민준/이태훈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