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도 안심할 수 없다

입력 2019-09-11 15:52
수정 2019-09-12 00:07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지난 10일 삼성전자 등 국내 비금융기업 27곳 중 19곳의 신용도가 ‘부정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7월 국내 주요 기업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기업 신용등급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내수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을 꼽았다. 향후 1~2년간 수출 의존도가 높고 경기 변동성이 큰 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의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두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력산업이다.

기업 신용등급 강등은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동반 부진과 이로 인한 신용등급 악화가 심화되면 국가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Aa2), S&P(AA), 피치(AA-)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매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각사 등급 체계 중 세 번째로 높고 전망도 ‘안정적’이지만, 낙관론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평가 근거인 ‘견실한 성장세’와 ‘낮은 국가부채비율 등 재정건전성’부터 흔들리고 있다. 투자·수출·생산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가 보여주듯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한 공공부문(정부+공공기관) 부채는 위험 수위에 이른 가계부채와 함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국내 경제를 짓누를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화하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은 안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오히려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제의 활력을 앗아가는 경직화된 노동시장, 엄격한 환경규제 등 반(反)기업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으로 야기된 ‘한·미·일 동맹 균열’ 우려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막연한 경제·안보 낙관론에서 벗어나 위기의식을 갖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