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무역합의 이뤄도 美경제 크게 회복되긴 어렵다"

입력 2019-09-11 15:46
수정 2019-09-12 01: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하루아침에 무역합의를 이룬다고 해도 미국 경기가 크게 회복되기는 어렵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월스트리트 자산운용업계에서 한국계로는 최고위직에 오른 사람이다.

윤 CIO는 미국 경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으로 인해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무역량이 줄었고 그 여파로 미국 제조업 경기도 꺾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 이하로 떨어졌다. 윤 CIO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합의하면 예고한 것처럼 유럽과 또 붙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 경제에 당장 침체가 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1년 정도는 경기가 괜찮을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서비스업 PMI가 56.4로 소폭 회복했으며, 지난 7월 소비도 전달 대비 0.7% 상승한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윤 CIO는 “서비스업 PMI가 50 이하로 낮아지고, 월별 신규 고용이 10만 명 이하로 줄어들면 침체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기술적 요인 탓이며 침체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 CIO는 “현재 경기 상황을 보면 10년물 미 국채의 적정 금리는 2.8% 수준이지만, 양적완화로 풀린 해외 자금이 몰려들어 금리가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증시에 대해선 “통상 경기 사이클 후기에는 ‘멜트업(melt-up·단기 과열국면)’이 일어나는 데다 현재로선 별달리 투자할 곳이 없어 돈이 주식과 인프라 쪽으로 몰리고 있다”며 “좀 더 상승장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만약 10%가량 조정받는다면 약간 더 매수할 의향이 있다”며 “최종 판단은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무역전쟁 추이를 보고 내리겠다”고 했다.

윤 CIO는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에 대해 “Fed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다음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Fed가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내리지 않는 한 통화정책은 미 경기를 살리는 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CIO는 미국이 다음 침체 때는 ‘제로(0) 금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