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街 대전망]수조원대 IPO '대어'들 출격…롯데리츠 선발 출전

입력 2019-09-15 08:00
수정 2019-09-15 16:51


경기침체 우려로 기업공개(IPO) 시장도 위축된 가운데 '대어'급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에 있어 이들과 함께 4차산업 관련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츠를 비롯해 SK바이오팜 한화시스템 지누스 등이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예상 시가총액은 1조원 안팎에서 최대 6조원까지로 추정되고 있다. 롯데리츠와 SK바이오팜의 경우 냉각된 업종 투자심리를 회복시킬지 주목된다.

◆롯데리츠·SK바이오팜, 구원투수로 등판하나

자산 규모 1조5000억원, 예상 시총 8400억원 수준의 롯데리츠는 다음달 말 상장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상장 고배를 마셨던 홈플러스리츠 이후 등장한 대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여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롯데리츠는 앞서 상장에 실패한 홈플러스리츠와 차별화된 IPO 전략을 들고 나왔다. 우선 공모 규모를 크게 낮췄다. 홈플러스리츠가 약 2조원을 모집한데 비해 롯데리츠는 공모 규모를 4200억원대로 설정했다. 홈플러스리츠의 거대한 자금조달 규모는 참패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11일 정부가 발표한 리츠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롯데리츠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개인이 5000만원 한도로 3년 이상 공모형 리츠나 부동산펀드에 투자해 얻은 배당소득은 분리과세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연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개정법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리츠는 지주사 차원에서 리츠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선진국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선진국형 리츠는 유통업 경기 변동에도 매년 배당금을 확대해 온 만큼 롯데리츠 역시 같은 투자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가 최대 6조원으로 추정되는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3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간질)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판매허가 예정일인 오는 11월 21일 이후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있다. 때문에 세노바메이트의 허가 여부가 상장 성패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에이치엘비와 신라젠 등의 임상 악재로 제약·바이오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는 좋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이 업계의 상황을 주시하고 상장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정책 기대감에 청신호 켜진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26일 상장예심을 거래소에 청구했다. 심사 기간이 영업일 기준 45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달 말 결과가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정부의 방위산업 활성화 정책으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7월 '방위산업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원가구조 개선 및 이윤율을 삭감하거나 이윤을 환수하는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방산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업계 의견수렴과 관련 법령 개정 등을 거쳐 내년부터는 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방위산업비 증강 계획도 한화시스템에 긍정적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향후 5년간 방위력개선비를 연평균 10.6%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방산업체들의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캠핑 전문 업체에서 매트리스 전문기업으로 변신한 지누스의 코스피 시장 복귀 역시 주목받고 있다. 시총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지누스는 이번 복귀가 이뤄진다면 14년 만에 주식 시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2005년 5월 지누스의 전신인 진웅은 경영악화로 인해 상장폐지됐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침대 매트리스 판매 1위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달에는 3년여간 진행된 '카피캣(모방기업)'들과의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며 IPO를 앞두고 낭보를 전했다.


◆중소형 4차산업 관련주도 관심

올 상반기 IPO 시장은 대어의 부재 속에 중형 기업들이 약진했다. 상반기 IPO 시장을 이끈 것은 제약·바이오였다. 신규상장 18개 기업 중 6개(33%)가 제약·바이오 기업이었다. 하지만 인보사 사태와 각종 임상 악재로 제약·바이오 투자심리가 악화된 하반기에는 대거 상장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IPO 시장을 4차산업 업종이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선 만큼 신재생에너지 핀테크 콘텐츠 등의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산업 규제완화 수혜주에 관심을 가져볼만한 상황"이라며 "2차전지 투자 확대에 따라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코윈테크와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성장의 수혜가 기대되는 네오크레마에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조준혁 한경닷컴 인턴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