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를 제작 판매하는 A씨는 올해 초 온라인 ‘네이버쇼핑’에 들어갔다. 다른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와 달리 판매자로 등록할 때 ‘사업자등록증’도 필요 없고,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쓰면 결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색에 노출되는 효과도 있었다. 매출은 크게 늘었다. A씨 같은 판매자들이 대거 몰렸다.
네이버가 유통시장에 강력한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벗어나 쇼핑 채널을 통해 직접 유통시장에 선수로 나서 어느새 강자가 됐다. 거래액만 10조원에 달해 쿠팡, 11번가 등 다른 e커머스 업체를 제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심판(쇼핑 검색)이 선수 노릇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쇼핑, 업계 2위 추정
네이버는 거래액과 판매자를 기준으로 e커머스 시장의 공룡으로 불리는 쿠팡을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이버쇼핑의 판매자 공간 ‘스마트스토어’에 등록된 사업자는 26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8만4000명에서 2년 만에 세 배로 늘었다. 10~30대 창업자들이 문턱이 낮은 네이버쇼핑을 창업 공간으로 택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쇼핑에서 일어난 거래액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와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팀이 네이버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분석해 내놓은 ‘D-커머스 리포트’ 등의 자료 등을 종합해 볼 때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10조원에 이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주로 사용하는 네이버페이의 작년 한 해 결제액은 10조8000억원에 달했다. 네이버페이 결제의 90%가량이 네이버쇼핑에서 쓰이고, 다른 신용카드 결제까지 감안하면 10조원을 넘겼을 것이란 분석이다.
알리바바 모델 따르나
네이버쇼핑에서 이 정도 규모 거래가 일어난 것은 판매자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편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네이버쇼핑을 통하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최저가를 찾아낼 수 있다. 네이버페이에 가입해 있으면 결제도 간단히 할 수 있다.
네이버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쇼핑 채널을 대폭 강화하며 힘을 주고 있다. 앱 화면 하단의 오른쪽은 뉴스 콘텐츠로, 왼쪽은 ‘쇼핑 및 N페이’로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앱 개편은 뉴스 중심의 검색 정보 서비스에서 상품 검색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네이버쇼핑의 움직임은 알리바바 모델에 가깝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간 거점역할에 그치는 오픈마켓이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네이버는 매출연동수수료 2%와 네이버페이 결제 수수료만 걷어 간다. 이는 물건을 직접 매입하고, 강점인 배송을 앞세워 ‘아마존’을 닮아가는 쿠팡과는 다른 길이다. 네이버는 해외 온라인몰과 제휴를 통해 쇼핑 영토를 넓히고 있다. 지난 6일 알리바바그룹 산하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쇼핑 검색 제휴를 맺었다.
불편한 경쟁자들
하지만 이 같은 네이버의 ‘진격’에 대해 경쟁업체들은 비판적이다. e커머스 업체 B사 관계자는 “상품검색 기능을 갖고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 포털이 직접 선수가 돼 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불공정경쟁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이 들쭉날쭉한 패션 제품을 중심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제품을 상위 검색에 노출시키며 밀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혐의로 네이버를 신고하기도 했다. 현재 공정위는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쇼핑 순위는 상품의 인기도와 신뢰도 지수를 점수화한 것”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쇼핑은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트래픽(방문자 수)과 데이터베이스(DB)를 쌓고 있다”며 “배송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존 유통업체들과 달리 배송을 늦게 받더라도 네이버페이 적립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