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기 주거지의 새 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지난달부터 서울에서 5년 이내 신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말 2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지난 7월 26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5월 실거래가(23억7000만~24억원)에 비해선 3억원 이상 뛰었다.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선 전매제한이 풀린 조합원 입주권이 활발히 거래됐다. 철거가 진행 중인 개포주공1단지 전용 58㎡ 입주권은 지난달 초 27억3500만원에 팔렸다. 직전 최고가(5월, 24억원)보다 3억원 이상 올랐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사업 막바지에 이른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는 2~3년 내 준공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전매제한이 풀리자 막대한 현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달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준공 5년 이내 아파트 비율이 높은 강북뉴타운 일대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달 중순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4년) 전용 84㎡는 15억2500만원에 거래되면서 15억원대 시세를 굳혔다. 테라스동을 제외한 이 단지의 전용 84㎡가 15억원대에 거래된 건 지난 6월 이후 두 번째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래미안에스티움(2017년) 전용 84㎡는 지난달 말 12억원대에 처음 진입했다. 6월 초와 비교하면 가격이 1억원 이상 뛰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신축 가격 강세 현상은 통계에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준공 5년 이하 아파트는 전월 대비 0.25% 오르며 5개 연령 구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 5년 이하 신축 아파트값 변동률은 -0.02%였다. 이에 반해 일반분양분이 많은 둔촌주공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지난달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떨어졌다.
김혜현 알투코리아투자자문 이사는 “서울 주택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후화”라며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기존 새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