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디스플레이업계에서 ‘꿈의 소재’로 통한다.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수십만 번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휘어지는 스마트폰(폴더블폰)을 제조하는 데 필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역시 화면에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을 덧대는 방식이다. 일본이 지난 7월 폴리이미드 등 3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을 때 국내 제조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던 이유다.
일본의 규제 이후 정부와 업계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의 국산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1~2년 안에 국산 폴리이미드 필름이 외국산을 전량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소재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로 타격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다른 품목보다는 조속한 국산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기술을 2000년대 초반부터 축적했기 때문에 관련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폴리이미드 필름을 일본 가네카, 미국 듀폰 등에서 수입했다. 국내 기술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과 코오롱인더스트리, 금오공대가 본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선 건 2009년이다. 약 7년에 걸친 노력 끝에 2016년 국내 최초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양산 설비를 구축한 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처음이다.
당시 과제에 참여했던 원종찬 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폴더블폰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지면 높은 해외 의존도가 문제가 될 것이란 판단에 선도적으로 연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연구원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화학연구원 창립 42주년 기념식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상’을 받았다.
화학연구원이 투명 필름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앞서 ‘불투명한 폴리이미드 필름’을 개발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보통 폴리이미드 필름은 노란색을 띠기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있는데 불소를 도입하면 폴리이미드를 무색투명하게 제조할 수 있다. 화학연구원은 SKC와 공동으로 일반 폴리이미드 필름 개발에 나서 2005년 사업화에 성공했다. 원 연구원은 “현재 SKC코오롱PI의 관련 매출이 연간 2400억원에 달한다”며 “중국에 수출하는 금액만 해도 1000억원 안팎”이라고 전했다.
화학연구원은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폴리이미드 필름, 5세대(5G) 통신용 폴리이미드 필름 등 차세대 필름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화학소재 현안 대응 태스크포스(TF)’도 지난달 출범시켰다. 정택모 화학소재연구본부장을 포함해 전문가 17명이 국산화 전략 및 소재 R&D 시스템 개선 방안 등을 짜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