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 업무를 전담할 별도 조직을 만드는 등 본격적인 검찰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이 조직을 이끌 수장은 검찰 근무 경험이 없는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이 맡게 됐다. 황 국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다.
10일 법무부는 조 장관이 전날 취임 직후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검찰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원단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 등을 맡는다. 단장은 비(非)검찰 출신인 황 국장이 맡기로 했으며,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도 검찰개혁 지원을 위해 법무부에 파견 근무를 하기로 했다.
황 국장은 민변 대변인과 사무처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2년 총선에선 서울 강동갑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로 출마하기도 했다. 당시 선거 포스터엔 ‘검찰개혁의 신’ ‘검찰과의 전쟁’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교수 출신인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법무부 탈검찰화’ 방침에 따라 2017년 9월 첫 비검사 출신 인권국장으로 임명됐다.
이 차장검사는 2017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2년 동안 박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이날 인사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박 전 장관 재임 시절 시작한 검찰개혁 작업의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이 입법 지원 활동과 더불어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서도 ‘검찰 힘빼기’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 장관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주요 검찰청에서 특수부를 축소하고 형사부와 공판부를 늘리는 식의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의사실 공표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검찰 수사준칙을 바꾸는 방법 등도 거론된다.
“검찰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조 장관이 조만간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상 검찰 인사는 매년 7~8월께 이뤄지지만 현재 대전·대구·광주고검장 등 검사장급 이상 6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이를 빌미로 인사를 단행해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검사들을 ‘좌천성 전보’하는 방법 등으로 검찰개혁의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장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자신과 가족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수사나 공판 상황에 대해서는 검찰로부터 보고받거나 검찰총장을 지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