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좋다] 가치투자포럼, 강방천·이채원·허남권…'韓 워런 버핏' 다 모였다

입력 2019-09-09 18:06
수정 2019-09-10 03:45
“가치투자는 투자 방향과 시장 움직임이 단기적으로는 반대로 갈 때가 많죠. 괴리가 커지면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모여서 대화하다 보면 용기를 얻게 됩니다.”(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증권사가 모인 서울 여의도동에는 소장파 투자자 모임이 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이끌고 있는 ‘가치투자포럼’이다. 가치투자는 남들이 잘 주목 안 하는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2008년 신영증권이 경력 5년차 미만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운영했던 가치투자교실의 강사로 만난 뒤 10년 넘게 모임을 유지해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세상 돌아가는 얘기부터 투자 스토리까지 두루두루 담소를 나눈다.

소장파지만 멤버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강 회장, 이 대표를 비롯해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사장,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최준철 VIP자산운용 사장 등 내로라하는 가치투자자 10명이 모였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한국의 피터 린치, 워런 버핏’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최고 주식 전문가들이다. 용 대표만 5년 전 합류했고 나머지는 2008년부터 얼굴을 봐온 창립 회원이다.

조 센터장은 “가치투자포럼 멤버들은 ‘우담공’ 같은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우담공은 3000년에 한 번씩 핀다는 불교 경전 속의 꽃 ‘우담바라’와 사람을 높여 일컫는 ‘공(公)’을 합친 말이다. 그는 “가치주를 매수한 뒤 가격이 올라 투자의 결실을 따기까지는 우담바라를 기다리는 것 같은 진득한 기다림이 필요하다”며 “혼자 기다리면 힘들 텐데 가치투자포럼에 나와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하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투자에 도움이 되는 일도 많다. 허 대표는 수년 전 포럼 회원들과 함께 한미약품에 탐방을 갔던 일을 소개했다. 허 사장은 “당시 한미약품은 2년째 적자였는데 탐방을 하며 ‘미래 가치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연간 800억원씩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얘기가 와닿아 당시 한미약품에 투자해 큰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강 회장이 10년 전에 보톡스 시장의 전망이 크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뒤 주요 보톡스 생산기업인 메디톡스의 주가가 10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가치투자 수익률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도 가치투자포럼 회원들은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박 사장은 “거시적인 경제 조건이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치투자가 빛을 발한다”며 “안전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이 과도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가치주 종목이 가장 저평가받고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된 회사는 결국 살아나게 돼 있는 만큼 지금이 저가 매수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