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과 SK가스 등 액화석유가스(LPG)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지난 3월 LPG차량 사용 규제가 폐지된 이후 LPG차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가스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달에는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에 따른 세금 인상분만큼 LPG 공급가격을 내리면서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월평균 LPG차 판매량은 1만1219대로 규제 폐지 이전인 1분기(1~3월, 8229대)에 비해 3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LPG차 시장 점유율도 6.8%에서 8.5%로 1.7%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유일의 LPG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6 LPe를 출시한 르노삼성자동차는 2분기 월평균 LPG차 판매 대수가 전분기보다 146.4%나 급증했다. 이 회사의 전체 판매 대수에서 LPG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웃돈다. LPG 신형 쏘나타를 출시한 현대자동차도 2분기 월평균 LPG차 판매 대수가 전분기에 비해 31.8% 늘었다.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 등만 살 수 있던 LPG차는 지난 3월 26일부터 수송용 LPG 연료 사용 제한을 폐지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 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누구나 탈 수 있게 됐다. 휘발유·경유차를 LPG차로 개조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올 1분기 월평균 70건 수준이던 LPG차 개조 건수는 2분기엔 293건으로 네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업계는 휘발유·경유보다 저렴한 LPG 가격이 LPG차 판매 및 개조 건수가 늘어난 핵심 이유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충전소의 평균 LPG 가격은 L당 784.6원으로 휘발유(1522.8원)의 51.5%, 경유(1374.2원)의 57.1%에 그친다. E1과 SK가스 등 LPG업계는 지난 7월(㎏당 100원)과 8월(㎏당 20원)에 이어 9월(㎏당 24원)에도 가격을 인하하면서 LPG의 경제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달에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로 LPG에 추가로 붙는 세금인 L당 14원(㎏당 환산 시 24원)만큼 공급가격을 내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규제 완화 이후 LPG차의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LPG차 시장 규모(등록 대수 기준)도 2분기 말 203만 대에서 2020년엔 221만 대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LPG차 판매 호조 속에 E1과 SK가스의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다. 올 상반기 E1과 SK가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597억원과 3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7.1% 증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