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은 이들 업체의 어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도 올해 4∼6월에 자본지출이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자본지출은 기업이 건물, 공장, 기계·장비 등 생산을 위한 자산을 사거나 유지·보수하는 데 쓰는 돈이다.
트럭 제조사인 나비스타 인터내셔널은 최근 올해 자본지출이 당초 예상보다 25% 줄어든 1억1500만달러(약 1371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구 업체인 일리노이 툴워크스는 올 상반기 자본지출이 1억5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억8100만달러보다 감소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자본재 수입액(전년동기 대비) 2017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본재 신규주문도 지난 7월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집계하는 7월 제조업 공장가동률도 75.8%로 떨어져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49.1을 기록해 3년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
투자가 감소하면서 고정비 절감을 위해 고용까지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타이어 제조사인 타이탄 인터내셔널은 매출 감소 탓에 교대근무 작업량이나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계획 축소는 무역전쟁 탓이다. 플라스틱 제조업체 IPEG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켈러는 “불확실성이 커져 경영인들이 투자에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태양광 랜턴을 수입해온 M파워의 존 샐징어 창업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 인상뿐 아니라 정책 변경을 발표하는 방식이 좌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사는 수입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물고 있다. 새 공급업체를 찾고 미국내 유통업체들과 가격 인상 협상을 벌이느라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계획된 채용도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경영이 시원찮은 약한 업체들이 사업실패를 관세 탓으로 돌린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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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기업들의 투자 보류·축소가 경기를 둔화시키는 데 한 몫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