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서 죄송합니다.”
2000년생 비앙카 안드레스쿠(15위·캐나다·사진)가 8일(한국시간)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700만달러) 정상에 오른 뒤 이렇게 말했다. 부담감이 얼마나 컸는지 묻어나는 한마디였다. 그는 이날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8위·미국)를 2-0(6-3 7-5)으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85만달러(약 46억원)다.
이날 경기는 세대 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린 무대였다. 대회 첫 출전에 우승까지 차지한 안드레스쿠는 소감과 달리 코트에서 윌리엄스를 완벽하게 요리했다. 2세트 게임스코어 5-1로 앞서가다 5-5 동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위기도 없었다. 2000년 6월생인 안드레스쿠는 남녀 통틀어 사상 최초로 2000년 이후 태어난 메이저대회 단식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처음으로 US오픈 여자 단식 본선에 출전해 우승까지 차지한 선수가 됐다.
1981년 9월생인 윌리엄스는 자신보다 스무 살 가까이 어린 신예에게 일격을 당해 각종 대기록 달성을 다음 대회로 미뤄야 했다. 윌리엄스는 메이저대회 단식 23승을 거두며 이 부문 역대 1위에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