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총알받이 되지 말라" 러 "국익에 이롭지 않을 것"…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곤혹

입력 2019-09-08 17:59
수정 2019-10-08 00:31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조약 탈퇴 후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면서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들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미국의 ‘안보 청구서’가 눈앞에 닥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서다.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의사를 밝힌 건 INF조약 탈퇴 하루 만인 지난달 3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사진)의 ‘입’을 통해서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해당 국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며 배치 후보지를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국령 괌 외에 한국 일본 호주를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일각에선 대만과 필리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거리 미사일에 대해 “한국 일본 등의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푸충 중국 외교부 군비통제국장은 지난달 6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 호주를 언급하며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허용하면 국익에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전날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보다 강력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고 시사했다.

러시아도 “이 무기(중거리 미사일)가 배치되는 나라에 합당한 결과가 뒤따를 것”(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역시 지난달 14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한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주변국들의 “직접적인 타격 과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한국 정부는 “중거리 미사일 배치 논의를 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으며 앞으로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호주 정부도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일본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도 “아직 동맹국과 협의하지 않았고 배치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진 않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