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 3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만 2개월을 넘겼지만 아직까지 관련 산업의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조치는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국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7월 4일부터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웨이퍼에 칠하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세정 공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으나 포괄허가 대상에서 배제하고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길이 한동안 막혀 있다가 지난 8월 7일과 19일에 포토레지스트 각 1건, 29일에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1건이 수출 허가를 받았다.
3개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만 아직 수출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주로 사용된다.
당초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등이 이 소재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IFA 2019'에서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한 데서 보듯 생산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LG디스플레이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휴대전화 생산 과정에서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7월 4일 첫 수출규제에 더해 지난 8월 28일부터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됨에 따라 언제라도 일본이 자의적 수출통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중 앞선 규제 대상인 3개 품목은 무조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나머지 전략물자는 일본의 자율준수프로그램(ICP·Internal Compliance Program) 기업을 활용할 경우 기존 포괄허가와 유사한 특별일반포괄허가를 통해 이전처럼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가능하다.
현재 일본에서 대한국 수출허가가 신청된 것은 10여건으로 알려졌다.
대한국 수출이 금지된 건 아니지만 3건이 수출허가를 받은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고 다른 품목 또한 언제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기업의 속이 타긴 매한가지다.
정부 역시 '일희일비'할 사안이 아니라며 일본이 수출규제에 있어 완화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업계가 대만, 독일 등으로 대체 수입처를 발굴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불확실성은 제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국산화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지난달 5일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5년 내 국내에서 공급하는 방안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혁신형 연구개발(R&D) 지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수입 다변화 등 가용 가능한 정책 카드를 모두 동원하고 총 45조원에 이르는 예산·금융을 투입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4일 국내 소재 국산화 성공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더불어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의지와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산 소재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